서론: 중국 지도부의 결단, “수출 대신 내수로 버틴다”

지난 10월 11일 베이징에서 폐막한 중앙경제공작회의의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2026년 중국 경제의 키워드는 단연 ‘내수 결사대’입니다. 3년 넘게 이어진 부동산 침체와 외부 환경(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등) 악화 속에서, 중국 정부가 결국 꺼낼 수 있는 모든 재정·통화 카드를 내수 부양에 쏟아붓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경기 부양이 아닌, 중국 경제의 체질을 ‘내향적’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입니다.

본론 1: 돈을 풀어 소비를 강제한다 (재정의 극대화)

이번 회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바로 ‘재정 적자’와 ‘보조금’입니다.

  • 재정적자 목표 상향: 2025년 3.0%에서 2026년 3.6%로 대폭 상향했습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돈 풀기입니다.
  • 소비재 보상 판매(양신 정책) 배가: 자동차, 가전 등 소비재 교체 보조금 규모를 기존 150억 위안에서 300억 위안(약 5조 6천억 원)대로 두 배 늘립니다. 소비 위기를 돈으로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입니다.
  • 통화 정책: 지준율(RRR) 인하 등 ‘적절히 완화적’인 기조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합니다.

본론 2: 외부의 적, 내부의 단결 (기술 자립 가속화)

중국은 이번 회의 성명에서 “외부 환경 변화의 심화”를 공식 인정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견제와 글로벌 공급망 배제 움직임에 대응해 ‘신질 생산력(New Quality Productive Forces)’, 즉 기술 자립과 신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겠다는 뜻입니다. 15차 5개년 계획(2026~2030)의 핵심도 결국 ‘내수 순환’과 ‘기술 국산화’입니다.

본론 3: 한국 기업에게는 ‘달콤한 독’인가, 기회인가?

이러한 기조는 한국 기업에게 이중적인 시그널을 보냅니다.

  1. 단기적 기회 (Sweet Spot): 내수 부양을 위한 설비 교체와 공장 가동 확대는 한국산 반도체 부품, 화학 원료, 기계 설비에 대한 수요를 일시적으로 폭발시킬 수 있습니다. 중국의 제조 엔진이 다시 돌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은 늘어납니다.
  2. 장기적 위협 (Localization): 하지만 중국이 강조하는 ‘신질 생산력’의 종착지는 ‘한국산의 국산화’입니다. 중국 전기차와 가전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입니다. 보조금 정책은 자국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며, 한국산 프리미엄 제품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입니다.

결론: ‘내향의 시간’을 대비하라

2026년, 중국은 문을 걸어 잠그고 내부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당장 다가올 중간재 수출의 호황에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중국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설비 교체기’ 동안, 우리는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기술’이나 아예 중국 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판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중국의 내수 올인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골든타임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