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동안 벌어진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을 보면 하나의 패턴이 보입니다. 상위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질적 경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격 인하에서 신제품 혁신으로, 단순 매출 증가에서 생태계 구축으로요. 12월 초 지난 일주일간의 중국 산업 핸들링을 들여다보면, 앞으로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해질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비야디(BYD)의 대담한 할인입니다. 12월 1일 비야디는 22개 차종에 최대 5만 3천 위안의 할인을 단행했습니다. 특히 해양망 해표 07 디엠아이 스마트주행판은 무려 34% 할인된 10만 2천8백 위안의 가격을 내걸었습니다. 이는 지난 석 달 사이 세 번째 대규모 할인입니다. 월간 판매량이 50만 대를 넘지 못하고 있는 비야디가 보인 절박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11월 국내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81% 급락했으니까요.
모르간 스탠리는 이를 ‘종단 시장 압력이 엄청나다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중금 자본은 다르게 봅니다. 실제 할인 폭이 공시된 수치보다 낮다는 해석입니다. 즉, 비야디가 벼랑 끝에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거죠. 다만 내년 1월 1일부터 신에너지차 구매세 감면이 폐지되는 상황에서, 올 한 해를 ‘이대로는 안 된다’는 식으로 마무리하려는 의지가 묻어납니다.
이와 정반대로 움직이는 기업도 있습니다. 아너(Honor)입니다. 10월 매직8 발표 이후 개념 제품으로만 여겨졌던 로봇폰이, 실제 양산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스마트 피카추 같은 업계 소식통들은 아너 로봇폰이 2026년 상반기 중 대량 생산에 들어간다고 폭로했습니다. 이는 3월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의 공식 발표에 앞서는 일정입니다.
아너 로봇폰의 핵심은 기계식 짐벌 카메라입니다. 평소 휴대폰 내부에 숨겨 있다가 촬영 시 펼쳐져 360도로 회전합니다. 인공지능 감정 인식까지 탑재돼 사용자의 감정을 읽고 환경에 맞춰 카메라를 움직인다는 구상입니다. 아너 측은 이를 단순한 하드웨어 혁신이 아닌 ‘감성적 동반자’ 철학으로 포장했습니다. 너무 과장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혁신은 뭔가 다른 것’을 시장에 각인시키려는 의도는 명백합니다.
자이트 점프동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11월 말 투자 여왕 쉬신의 오늘자본이 경쟁 입찰에서 자이트 점프동 지분을 3억 달러에 매수했습니다. 이는 자이트 점프동의 기업 가치를 4천8백억 달러로 평가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난 9월만 해도 직원 주식 매수 시점의 가치평가가 3천3백억 달러였는데, 3개월 사이에 45%나 뛴 겁니다.
시장은 자이트 점프동의 인공지능 기술, 특히 도우바오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모델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1월부터 10월까지 자이트 점프동의 분기별 매출을 보면, 2분기가 48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는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소셜 플랫폼입니다. 오픈AI와 스페이스X를 제치고 글로벌 가치평가 2위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그것입니다.
바이두도 큰 손을 놀렸습니다. 12월 9일 바이두는 인공지능 칩 자회사 쿤룬신을 독립적으로 공개 상장시킬 계획을 밝혔습니다. 쿤룬신의 기업 가치는 30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으며, 2026년 상반기 홍콩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자산 분할이 아닙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자립화를 강력히 추진 중인 상황에서, 바이두가 이 기차에 탈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입니다. 바이두의 장기적 구도가 ‘클라우드 인공지능 + 자율주행 + 칩 제조’라는 투 트랙 전략으로 진화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12월 초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의 평가도 이를 반영합니다. 제프라이즈는 목표가를 157달러로 올렸고, 골드만 삭스는 155달러, 벤치마크는 158달러를 제시했습니다. 바이두 주가는 48% 올랐지만, 월스트리트는 아직도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겁니다.
이 네 가지 움직임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고도화’입니다. 비야디의 할인 진짜 속뜻은 ‘어쨌든 계속 팔아야 한다는 절박함’, 아너의 로봇폰은 ‘남들 안 하는 걸 한다’는 기술 자신감, 자이트 점프동의 투자 추종은 ‘이미 우리가 이겼다’는 자조(Here, likely means self-assurance/confidence based on context), 바이두의 칩 스핀오프는 ‘한 우물이 아니라 여러 개를 파겠다’는 다각화입니다.
결국 중국 산업의 내년 경쟁은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닙니다. 생태계를 얼마나 빨리 구축하는가, 기술 혁신을 얼마나 차별화하는가, 정부 정책에 얼마나 잘 편승하는가라는 삼중 경쟁입니다. 이 게임에서는 후발주자에겐 아주 가혹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