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 시장의 한국 기업들은 크게 두 가지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하나는 현대자동차처럼 공장 문을 닫고 역수출 전진기지로 변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올리브영처럼 샤오홍슈라는 새로운 무기를 손에 들고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역전승을 노리는 것입니다. 2025년 중반 이 두 사례는 ‘침몰하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정반대의 답변을 제시합니다.
먼저 현대차의 사례부터 살펴봅시다. 2024년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합산 1.6퍼센트입니다. 십 년 전 10퍼센트에 가까운 전성기와 비교하면 참담합니다. 2021년 베이징 공장을 매각한 데 이어 2024년 충칭 공장까지 팔아넘겼습니다. 장수성 창저우 공장의 매각도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반전이 생겼습니다. 문을 닫은 공장들은 이제 ‘수출 전진기지’로 재탄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은 중국 공장에서 11만 8천 대를 수출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중국산 쏘나타 택시를 한국으로 역수입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내수 시장에서 완패한 공장들을 글로벌 수출기지로 전환하는 전략, 이것이 현대차가 찾아낸 생존 공식입니다. 더불어 기아의 전기 에스유브이 이브이5가 7년 만에 중국 현지 법인을 흑자로 돌려세웠고, 현대차도 올해 하반기 중국 전용 전기차 일렉시오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반면 올리브영은 완전히 다른 전장을 선택했습니다. 샤오홍슈라는 중국 소셜커머스 플랫폼에서 올리브영은 이제 ‘한국 화장품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중국 유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브영 매장 방문 영상을 촬영하고 제품을 리뷰합니다. ‘한국화장품 equals 올리브영’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샤오홍슈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된 겁니다. 올리브영의 성공 사례는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재에까지 실렸습니다.
뷰티 커뮤니티 앱 화해도 비슷한 길을 걸었습니다. 한국에서의 ‘넘버원 뷰티 플랫폼’이라는 인지도를 바탕으로 샤오홍슈에 현지화된 콘텐츠를 꾸준히 올렸습니다. 결과는 5만 팔로워 이상의 가시적인 성과입니다. 인디 뷰티 브랜드 듀엠도 지난해 3월 샤오홍슈와 더우인 계정을 개설한 이후 여러 왕홍들과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중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공통점은 뭘까요. 현대차는 ‘생산의 역할’을 바꿨고, 올리브영과 화해는 ‘판매의 채널’을 바꿨다는 겁니다. 현대차는 중국 내수 시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니 글로벌 수출 기지로 재정의했습니다. 올리브영은 오프라인 백화점에서 온라인 소셜커머스로 진출하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먼저 쌓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2025년 11월 기준 중국 경제는 여전히 내수 부진이 심각합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반도체, 첨단 제조업 국산화에 집중하며 외자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무조건 중국 시장을 점유해야 한다’는 발상은 이미 낡았습니다. 오히려 ‘중국이라는 거대한 생산 인프라와 소비자 기반을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더 현실적입니다.
현대차의 수출 전진기지 전략과 올리브영의 샤오홍슈 현지화 전략은 모두 틀렸다고 할 수 없고, 올바르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변화한 중국’을 마주한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자신을 개편할 수 있는가’를 보여줄 뿐입니다. 미쓰비시는 50년 중국 사업을 완전히 정리했습니다만, 현대차와 올리브영은 여전히 싸우고 있습니다. 그 싸움 방식의 다양성이, 아마도 다음 5년 한국 경제의 운명을 결정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