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줄지어 중국을 떠나는 뉴스, 요즘 자주 접하셨죠?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공장 문을 닫았고,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공장을 매각했습니다. 현대차 역시 생산 거점을 축소했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인건비는 오르고 경쟁은 치열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한국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화장품 ODM 기업 코스맥스입니다. 남들이 짐을 쌀 때, 코스맥스는 오히려 2026년 상하이 신사옥 착공을 발표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달랐을까요? 지난 20년간 코스맥스가 중국 시장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생산 기지가 아닌 소비 시장으로 보다

2004년, 코스맥스가 처음 상하이에 진출할 때 중국의 1인당 GDP는 1,400달러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기업은 중국을 그저 인건비 싼 공장으로만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경수 회장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는 중국인들의 구매력이 폭발할 미래를 내다봤습니다.

이 예측은 적중했습니다. 20년 사이 중국의 1인당 GDP는 9배가 넘는 1만 2,600달러로 성장했고, 코스맥스의 매출은 2008년 100억 원 미만에서 지난해 6,6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무려 60배 성장입니다.

  1. 1원 싸움 대신 품질로 승부하다

중국 시장은 흔히 저가 경쟁의 늪이라고 합니다. 1원을 깎으면 경쟁사는 2원을 깎는 치킨게임이 벌어집니다. 코스맥스는 이 전쟁에 참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한국 화장품의 기술력과 품질을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했습니다.

중국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가 제품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품질 좋은 제품을 찾기 시작했고, 코스맥스는 현재 1,000곳이 넘는 현지 고객사를 확보하며 중국 1위 화장품 제조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1. 철저한 현지화, 직원의 98%가 중국인

코스맥스의 중국 법인 직원 98%는 중국인입니다. 단순히 인건비를 아끼려는 것이 아닙니다. 현지 문화를 가장 잘 아는 것은 현지인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공장 운영 방식도 지역별로 다릅니다. 상하이는 럭셔리, 광저우는 중저가, 우한은 젊은 층 타깃 등 지역별 특성에 맞춰 생산 라인을 최적화했습니다. 한국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철저히 중국 시장의 호흡에 맞춘 결과입니다.

마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든 통찰력

많은 기업이 중국의 인건비 상승을 위기로 해석하고 철수했습니다. 하지만 코스맥스는 이를 소비 시장의 성장으로 해석하고 프리미엄화로 대응했습니다. 보는 관점을 아주 조금만 바꿔도 결과는 이렇게 달라집니다. 중국의 봄날은 갔다는 말이 들려오지만, 올바른 전략과 방향성이 있다면 여전히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음을 코스맥스가 증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