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간 더우인과 샤오홍슈의 트렌드를 지켜보니 두 가지 새로운 바람이 눈에 띈다. 첫째는 도우인 메이크업 열풍이 단순한 뷰티 트렌드를 넘어 관련 제품 카테고리 전체를 재편하고 있다는 것. 둘째는 감정 소비와 캐릭터 수집 열풍이 여전히 기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우인 메이크업은 강한 대비의 눈매와 매트하고 뽀송한 피부를 특징으로 하는데, 이 스타일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뜻밖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국 뷰티 제품 수출액을 보면 입술화장용 제품이 6억 4593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한국(4억 6668만 달러)과 일본도 중국에 밀려났다. 눈화장용 제품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4억 3937만 달러를 수출한 반면 한국은 1억 4836만 달러에 불과했다. 도우인 메이크업의 인기가 중국 뷰티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셈이다.
이 트렌드의 핵심은 립글로우 제품 카테고리의 성장이다. 도우인 메이크업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촉촉한 입술인데, 특히 강한 광택감이 나는 립티트나 립글로우 제품들이 더우인과 샤오홍슈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포로야 같은 중국 신흥 뷰티 브랜드들이 대담한 색상의 립 제품을 출시하면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특히 밀렌니얼과 Z세대 여성 소비자들이 이 제품들을 찾고 있는데, 그 이유는 도우인 메이크업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트렌드는 라부부 피규어에 투자하는 Z세대의 열풍이다. 팝마트에서 출시한 라부부 인형은 단순한 완구를 넘어 수집, 꾸미기, 여행 동반이라는 라이프스타일 현상으로 확산됐다. 올해 5월 기준으로 타오바오와 티몰에서 인형 의상 판매액이 1000만 위안(약 20억 원)을 넘겼다. 6월 618 쇼핑 축제 기간에는 관련 상품 판매량이 작년 대비 50퍼센트 이상 증가했고, 구매자의 80퍼센트 이상이 여성이었다. 더 놀라운 점은 소비 규모다. 저장성의 한 대학생은 2년 동안 라부부 인형 옷에 3000위안(약 58만 원)을 썼는데, 이는 자신의 월 생활비 2000위안을 훨씬 넘어선다. 생활비의 4분의 1을 인형 꾸미기에 투자하는 Z세대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팝마트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37억 위안(약 2조 642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0퍼센트 이상 늘었다. 블랙핑크 리사와 로제, 축구선수 베컴, 가수 리한나 같은 유명인들이 라부부를 소지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이는 단순한 상품 구매가 아니라 정서적 안정감과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이 제품들이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2월 초 현재 중국 시장에서 주목할 두 가지 신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도우인 메이크업 열풍이 단순 트렌드를 넘어 글로벌 뷰티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점. 한국 뷰티 기업들도 중국식 트렌드에 맞춘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 재편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감정 소비의 심화로 미니어처 의류, 인형 액세서리, 수집용품 같은 세분화된 카테고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브랜드가 이들 트렌드를 캐치하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