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12월 3일부터 5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2023년 4월 이후 약 2년 반 만의 방중이며, 가장 흥미로운 점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회담에서 직접 “프랑스의 우수한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마크롱도 “하나의 중국 정책을 확고히 준수한다”고 화답했다. 이 24시간의 외교 쇼가 한국의 비즈니스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자.

중국은 지금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인해 유럽의 중요성을 재평가 중이다. 12월 2일 기준 미국은 중국 제품에 최대 1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시행하면 11월 1일부터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EU 국가들, 특히 프랑스와의 경제 관계를 강화하려고 한다. 시진핑의 “프랑스 제품 수입 확대” 발언은 단순한 외교 레토릭이 아니라 실질적인 비즈니스 신호다.

프랑스가 이 회담에서 얻은 것은 원자력, 농식품, 교육, 생태환경 등 여러 분야의 협력 문서 서명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에너지 협력과 식품 수입 확대다. 중국은 지금 에너지 공급의 다변화를 추진 중이고, 프랑스의 원자력 기술과 농산물 수입을 증대시킴으로써 서방과의 경제 관계를 재구성하려고 한다. 이는 미중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신호다.

한국 수출업체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 여기다. 중국이 EU와의 경제 관계를 강화한다는 것은 동시에 공급망 다변화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프랑스가 농식품, 에너지, 항공 분야에서 중국 시장의 점유율을 높일 경우, 이 분야들과 연관된 한국 업체들은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배터리 소재, 반도체, 전기차 부품 같은 분야에서 중국의 국산화 추진이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프랑스와의 경제 협력이 증대되면, 중국은 더 이상 한국의 고급 소재와 부품에 대한 수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이것은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면, 앞으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특히 화학, 정밀기계, 정보통신 부품 같은 분야에서 한국이 ‘필수 불가결한’ 공급처가 되지 못한다면, 중국은 프랑스, 독일, 일본 같은 다른 국가들로부터 대체재를 찾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마크롱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명시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는 프랑스가 대만 문제에서 중국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명확한 신호이며, 이는 향후 미국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될 경우 EU의 입장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균형 유지가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마크롱의 방중과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성을 예고하는 신호다. 한국 기업들은 이 흐름 속에서 중국이 유럽과의 경제 통합을 가속화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대응 전략을 지금 바로 준비해야 한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차별화되지 않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에게는 ‘위험 신호’로 읽혀야 할 이 주의 가장 큰 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