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전기차 이야기는 솔직히 지겹죠. 성장 둔화, 가격 경쟁, 보조금 축소… 그런데 투자자와 완성차들이 슬쩍 시선을 돌리는 쪽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전기차의 ‘화려한 뒷배경’을 만드는 레이저 광원, 차량용 프로젝터, 차세대 헤드라이트 같은 주변 기술입니다. 지금 중국 안에서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부가가치 높은 레이저·광학 부품 쪽으로 자본과 협력 계약이 몰리고 있습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2024년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2025년에는 신에너지차 판매 증가율이 15~20퍼센트 수준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깔려 있습니다. 작년 성장률이 40퍼센트대였던 것을 생각하면, 업계 입장에선 체감 온도가 크게 달라지는 구간이죠. 덕분에 단순 완성차 판매로는 수익성이 떨어지고, 브랜드들은 ‘스마트 기능’과 실내 경험, 차별화된 조명을 새로운 경쟁무기로 꺼내 들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런 ‘스마트화’의 수혜를 받는 쪽이 완성차 브랜드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레이저 디스플레이 업체는 4케이 해상도 프로젝터, 고대비, 프라이버시 기능 강화 제품을 내놓으면서, 차세대 자동차용 프로젝터와 헤드라이트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단순히 거실용 프로젝터 업체가 아니라, 아예 차량 내부와 외부 조명 시스템까지 겨냥하는 포지셔닝으로 이동하는 중입니다.

이 회사 경영진은 전통적인 가정용 프로젝터 매출에만 의존하지 않겠다고 못 박고,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레이저 기반 광원을 적용하는 연구개발 투자 확대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글로벌 전기차 선도 기업과 차세대 차량용 프로젝터 기술을 두고 논의 중이라는 발언입니다. 즉, 중국 내수 전기차 둔화를 만회하기 위해 애초부터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짜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흐름을 전기차 경쟁 구도와 함께 놓고 보면 그림이 더 분명해집니다. 중국 내 전기차 판매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경쟁’으로 넘어가면서, 차량 한 대당 탑재되는 디스플레이 수, 조명 모듈 수, 레이저·광학 부품 단가가 꾸준히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내연기관 시절에는 헤드라이트가 단순한 소모품이었다면, 이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야간 주행 경험을 결정하는 고부가 부품으로 바뀌는 셈입니다.

또 하나 짚어볼 포인트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스마트 기능 경쟁에 뛰어들면서 실내 엔터테인먼트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형 스크린, 헤드업 디스플레이, 뒷좌석 시네마 모드 같은 기능은 모두 광학·레이저·프로젝션 기술과 직결됩니다. 말 그대로 “차 안에 작은 영화관을 넣겠다”는 발상인데, 이 시장을 노리는 부품·솔루션 업체들이 지금 중국 상장사, 벤처, 합작 형태로 빠르게 늘어나는 중입니다.

결국 오늘 포인트는 하나입니다. 완성차 브랜드만 보고 있으면 중국 전기차 시장이 둔화처럼 보이지만, 시야를 ‘광원’과 ‘프로젝터’로 옮겨보면 전혀 다른 성장 스토리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 중국 안에서는 이미 레이저 헤드라이트, 차량용 프로젝터, 스마트 조명 시스템을 둘러싼 기술 제휴와 투자 발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전기차를 직접 만드는 것보다, 이들 광학·레이저 생태계 어디에 끼어들 수 있을지를 보는 쪽이 더 현실적인 ‘경쟁사 추적’ 포인트일 수 있습니다.